2013년 1월 30일 수요일

Ⅰ. 서론 1. 석가모니(釋迦牟尼)


Ⅰ. 서론

1. 석가모니(釋迦牟尼)

‘석가모니’라 칭함에 있어서 ‘석가(釋迦)’는 북인도에 살고 있던 샤키아(Sākya)라 불리는 한 부족의 총칭이며, ‘모니(牟尼)’는 성자(聖者)를 의미하는 무니(muni)의 음사이다. 따라서 석가모니는 '석가족 출신의 성자'라는 의미이다. 이런 이름으로 불리게 된 것은 그가 세상의 진리를 깨달아 성자로 취급되었기 때문이며, 같은 취지에서 세존(世尊:또는 釋尊)으로도 불리는 등 많은 호칭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일반적인 것이 ‘깨달은 자라’는 뜻인 '붓다(Buddha)'인데, 한역(漢譯)으로는 이를 음사하여 '불타'(佛陀)라 하고, 더 약칭하여 '불'(佛)이라고도 부른다. 불교 특유의 용어로서 붓다는 '깨달은 자'를 뜻하며, 교리의 전개 과정에서는 신앙의 대상이 되는 구제자로서 다수의 붓다를 상정하여 소위 '부처'로 통용된다. 남방불교에서는 '고타마 붓다'라고 부르는데, 고타마(Gotama:산스크리트로는 Gautama)는 석가모니의 성(姓)이다.

석가모니의 일생을 말해주는 전기가 집성된 것은 그가 입멸한 지 상당한 세월이 지난 뒤의 일이다. 따라서 진실의 색은 이미 바래지고 수많은 첨삭과 덧칠이 이루어지며 내려왔다고 보아야 한다. 지금 산스크리트 원전을 찾아볼 수 있는 것으로는〈마하바스투〉를 비롯하여 〈랄리타비스타라 Lalitabistara〉와 〈붓다차리타 Buddhacarita〉가 있다.

팔리삼장 중에서는 단편적으로 전해지고 있을 뿐이지만,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하는 〈숫타니파타〉를 비롯하여 율장인〈비나야 Vinaya Pitaka〉와 함께 경장인 니카야(Nikaya) 종류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이것을 한역한 것이 아함경(阿含經 gama)이다.- 그 중〈상응부 相應部 Samyutta-nikaya〉의 〈사가타바가 Sagathavagga〉라는 문헌이 중요한 문헌으로 꼽힌다. 팔리어로 쓴 전기의 집대성은 〈니다나카타 Nidanakatha〉인데, 이는 그 이전에 성립된 전기들을 하나로 조직한 것임이 분명하다. 어느 것이나 후세에 집대성한 것이어서 그 내용 중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석가모니의 전기 자료로서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은 팔리삼장 중에서 경장과 율장에 수록되어 있는 파편들일 것이다. 그런데 학자들 간에 이견이 있으나 대체적으로 율장계열의 전기파편(biographic fragments)이 경장계열의 전기 파편보다 더 오리지널하다고 간주되고 있다. 왜냐하면 경장에 나타나는 전기 파편은 특정한 교설을 설명하기 위하여 자유롭게 전기적 사실을 날조하거나 그 맥락에서 변조시키는 욕구가 강하게 표출되어 있는 반면, 율장에 나타나는 전기 파편은 계율을 가르치기 위하여 관련된 붓다의 삶의 체험이 설하여지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자상한 교사로서, 초전법륜으로부터의 붓다의 목회의 초기체험과 그 속에 반영되어 있는 대각과 관련된 사건들이 담담하게 설하여 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경장의 전기 파편은 붓다의 전 생애(전생)의 이야기인 〈본생담[자타가(jataka)]〉에 많은 강조점이 놓여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팔리삼장 중 율장 속에 전기 자료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경전이 바로 건도부(犍度部, Khandhaka) 속에 편집되어 있는 〈마하박가 Mahavagga〉, 즉 〈대품〉(大品)이다. 이 〈마하박가〉는 붓다의 전기 자료로서 비록 완정한 것은 아니지만, 붓다의 입에서 나온 말을 추정하는데 있어서 최고(最古)층대의 자료를 제공하는 문헌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문으로 된 문헌들로서는〈보요경 普曜經〉 8권과 〈방광대장엄경 方廣大莊嚴經〉 12권이〈랄리타비스타라〉와 상당하며,〈불소행찬 佛所行讚〉은〈붓다차리타〉의 번역이다. 부처님의 전기 중에서 가장 상세하다고 전해지는〈불본행집경 佛本行集經〉 60권은 〈마하바스투〉와 유사한 점이 있어서 그의 번역본이라는 견해도 있었으나, 근래에 이러한 견해는 오해라고 밝혀져 있다. 그 외에〈수행본기경〉과 함께〈태자서응본기경〉,〈과거현재인과경〉,〈중본기경〉,〈중허마하제경 中許摩詞帝經〉, 〈석가씨보〉등 10여부경의 백여 권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전생인연까지 대한 것은 〈본생담〉을 비롯하여〈육도집경〉,〈보살본행경〉,〈보살본생만경〉,〈불설흥기행경〉 기타 각종 경·론에 나타난 것 또한 백여 권이 달한다.

위 여러 문헌을 종합하여 중국 양나라의 승려 우가 찬한 〈석가보〉 10권이 있고 명나라의 보성법사가 편찬한 〈석씨원류응화사적〉 4권은 총400화제 중 부처님의 지나간 세상인연으로부터 열반에 드신 뒤, 법장을 결집하기까지를 190 화제로써 부처님의 행적을 장내 간단히 요약하여 엮었다(나머지 210화제는 역대 고승대덕의 행적을 요약함).
우리나라에는 조선 세종 때 수양대군이 한글로 편역한 석가모니의 일대기인〈석보상절〉과 찬불가인 〈월인천강지곡〉이 있으며, 그 둘을 종합한 〈월인석보〉가 있다. 그리고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는 〈팔상도〉 또한 전해온다.

가장 널리 유행되고 있는 〈팔상록〉은 위의 〈석씨원류응화사적〉에서 부처님의 행적만 뽑아내어 177화제로 간추려 엮은 것이다. 원제목은 ‘팔상명행록(八相明行錄)’이며 경전이라기보다는 조선 중기 이후에 간행된 불서(佛書)로서 정확하게 말하면 불전소설집(佛傳小說集)이다. 내용은 도솔내의상(兜率來儀相)·비람강생상(毘藍降生相)·사문유관상(四門遊觀相)·유성출가상(逾城出家相)·설산수도상(雪山修道相)·수하항마상(樹下降魔相)·녹원전법상(鹿苑轉法相)·쌍림열반상(雙林涅槃相) 등 8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전기는 완벽하고 풍성한 서사 형태로 집성되어 불가에서는 성전(聖典)으로 중시했지만, 일반 대중은 문학 작품으로 취급하였다. 원래 한문으로 편찬되었을 테지만 어느새 한글 전용으로 표현됨으로써 대중 문학의 역할을 다하며, 유통되는 가운데 포교적 기능을 원만히 발휘하였다. 그러므로 이 전기는 대석가전(大釋迦傳)으로서 불전 문학(佛傳文學)이나 불교 서사 문학으로 규정될 수 있다. 작품의 제작 배경은 적어도 15세기 이래 〈석보상절〉·〈월인석보〉의 영향으로 승려나 신불 문사 등에 의해 포교의 방편으로 형성되었으리라 본다.
이 전기는 종교적 감화와 문학적 감동으로 널리 성행, 유통되어 많은 이본(異本)을 남겼다. 현전하는 이본만도 15종이나 되는데, 그것은 3책본 계열과 7책본 계열로 양분되고 그 중간적 계열이 실존해 왔다.

이 전기는 수많은 중편·단편을 포괄하고 있는데 3책본 계열에는 대략 63편, 7책본 계열에는 대략 147편까지 수록되어 있다. 그 중편이나 단편들은 불타나 그 제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서사 문학, 소설 형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보면 일대 장편 소설이요 분리, 독립시켜 보면 수많은 중편·단편 소설로 규정될 수 있다.
실제로, 이 장편 ‘석가전’은 불타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웅의 일생’으로 다양한 단편적 서사 형태가 체계적으로 통일, 집성되었기에 장편 소설의 기본 구조와 제반 여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 장편은 그 팔상(八相)이 각기 1편씩의 중편으로 자연스럽게 분화, 독립될 수 있다. 각 상(各相)은 여러 단편을 포괄해 그 자체로서 독자적인 중편 소설의 서사 체재를 구축하고 있다. 곧, <도솔내의상>은 2편∼5편, <비람강생상>은 9편∼12편, <사문유관상>은 4편∼6편, <유성출가상>은 6편∼8편, <설산수도상>은 3편∼6편, <수하항마상>은 2편∼10편, <녹원전법상>은 29편∼87편, <쌍림열반상>은 5편∼17편을 갖고 통일적인 중편 소설의 형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 모든 단편들은 각기 독립적 위치에서 서사 문학과 소설 형태를 취하고 있다. 적어도 63편에서 147편의 독립 작품들이 분화, 행세해 왔다는 것이다. 이 작품들은 소설론에 입각해 대부분 국문 소설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나머지는 소설을 지향하는 설화 형태를 확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한 설화 형태는 모두 열거할 수 없지만 소설 형태, 그 중에서도 <금강공주전>·<목련전>·<야수부인전>·<장자부인전>·<아란전>·<선우태자전> 등 여러 편의 국문 소설들이 분화, 유통되었다.

요컨대 〈팔상록〉은 불교계에서 국문 불서로 찬역해 냈지만, 일반 대중이나 문학계에서는 불교 문학으로서 15세기 국문 불서 이래 상당한 영향을 끼쳐 왔다. 그것은 불교 성전으로서 포교에 기여한 바도 적지 않았거니와, 서사 문학, 소설 작품으로서 문학사·소설사에 공헌한 바가 오히려 컸던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이 책은 15세기 국문 불서 이후 국문 소설의 공백기로 공인되어 온 기간을 메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불교사와 문학사에서 매우 소중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많은 문헌 중에 〈숫타니파타〉와 〈마하박가〉를 기본으로 하고,〈수행본기경〉 등과 함께 사찰 등에 가장 널리 보급되어 있는〈팔상록〉등의 문헌 또한 필요에 따라 자유로이 참조하도록 한다.

댓글 1개:

  1. 참고로,팔상록의 내용을 자세하게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1. 도솔래의상 : 부처님이 도솔천에서 내려오심
    2. 비람강생상 : 부처님이 룸비니동산의 무우수 나무 아래에서 마야부인에 의해 태어나심
    3. 사문유관상 : 부처님이 東(늙음), 南(병듦), 西(죽음), 北(수행자)의 네 성문을 둘러봄
    4. 유성출가상 : 부처님이 태자 나이 29세 2월 8일(음력)에 성 밖으로 출가함
    5. 설산수도상 :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6년간 히말라야 산에서 고행을 하심
    6. 수하항마상 : 부처님 35세 되던 해, 12월 8일(음) 보리수나무 아래서 모든 번뇌, 욕망, 애착 즉 마왕파순의 항복을 받고 결국 성도(成道)하심
    7. 녹원전법상 :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신 후 범천의 청을 받아들여 같이 수행했던 녹야원의 다섯 수행자들에게 최초로 법을 설하심
    8. 쌍림열반상 : 마지막 가르침과 함께 쿠시나가라의 사라쌍수 아래에서 열반에 드심 (음력 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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